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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자의 시선

[재택근무]에 대한 나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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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의 집중력 차이

코로나에 걸려서 골골대는 와중에 뉴스 기사를 보고 있는데 눈에 확 띄는 내용이 바로 카카오의 100% 재택근무 폐지였다.

 


여러 내용이 있지만 일단 나는 IT업계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 카카오에서 운영하고 있는 제도가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놀금'은 뭐고... 100% 재택근무는 뭐고... 얘네들은 어떤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던 거지??? 왜 다들 네카라쿠배를 울부짖는지 이해가 될 정도였다.

그렇지만 일단 뭐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카카오에서 재택근무에서 사무실 근무로 돌아가고 있다는 내용인데 단순히 카카오뿐만 아니라 넥슨, 엔씨 등등 여러 IT업계에서 코로나19를 명분으로 만들었던 재택근무를 코로나19를 명분으로 다시 회사원들을 사무실로 불러들이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가 이제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돌아가니까 우리들도 사무실로 돌아가자고 하지만 사실 회사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얘기하는 것은 [업무의 집중력]이다. 실제로 엔씨는 재택근무로 인해 업무가 생각보다 진척되지 않아 일정을 뒤로 미뤘다는 이야기도 있고... 이해는 한다.

나조차도 재택근무를 할 때, 옷차림만 보더라도 훨씬 가볍고 일을 처리할 때도 즐거운(?) 마음으로 하니까... 더군다나 더블 모니터도 아니고,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 하지 않고, 전화를 잘 쓰지 않기에 조금만 업무가 무거워진다고 생각이 들면 차라리 출근할 걸이라는 생각이 확 든다.

확실히... 내가 조금 복잡한 일을 한다 싶을 때는 차라리 회사에 나가서 각잡고 유관부서와 끝장을 보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한다. 이게 바로 회사의 논리가 아니겠는가?


중요한 것은... 회사는 그걸 모르고 재택근무를 했었나...?

하지만 사실 이런 부분은 우리가 다니는 회사나 IT업계나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던 것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유는 애초에 회사 측에서 인재를 모집할 때, 재택근무를 복리후생의 일종으로 홍보하는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여러 유수의 IT업계 종사자가 자기 회사의 장점을 이야기 할 때 재택근무를 얘기하는 것을 떠올릴 수 있지 않았나?

이미 재택근무는 복리후생의 범위에 들어왔다.


재택근무를 할 때 업무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까 우리가 재택근무를 선호하지... 빨래도 돌리고, 요리도 하고, 급한 일도 좀 처리하면서 일은 쉬엄쉬엄 할 수 있는 것이 재택근무의 장점 아닌가...? 물론 주어진 과업을 하는 것은 당연한 직장인의 의무이고, 의무를 다한다는 전제 하에 며칠은 집에서 편하게 일하면서 유사 연차의 효과를 누리는 것이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재택근무]의 존재 이유다.

그런데 참... 이제 와서 업무의 집중력을 문제 삼아 다시 불러들이는 것을 보면 마치 회사는 우리에게 실망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너희들이 집에서도 열심히 일할 것을 기대하고 재택근무 제도를 만들었는데... 이렇게 놀고 먹다니 회사는 실망했다...'

허허... IT업계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하고 넘어가야 할 지... 내 생각에는 IT업계에서 불과 몇 년 전에 생긴 치솟는 인건비를 실제 돈으로 감당할 수 없거나, 더 이상 돈으로는 인재를 모집할 수 없어서 재택근무를 확대했는데 결국은 이제 회사가 어려워지고, 무형의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복리후생을 뺏어가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IT업계가 이렇고... 저렇고... 사실 나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히, 직장인에게 복리후생의 이데아는 IT업계의 복리후생이다. IT업계가 이런 스탠스를 취한다면 어떻게든 우리 회사도 나중에 재택근무 이슈를 다룰 때 이런 기사를 보고 이런 논리를 펼치겠지... 나는 노조위원장이 되어서 저런 말을 면전에 할 생각은 없지만 이런 생각은 계속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재택근무를 없애는 것은 업무에 집중하지 못한 우리의 탓이 아니라
재택근무로 발생하는 무형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회사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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